신라 금관이 미국을 점령했다
2025년 10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이 미국 전역에서 인터넷 밈으로 폭발했습니다. 백악관부터 소셜미디어까지, 왕관을 쓴 트럼프의 AI 합성 영상이 수천 개 확산되면서 글로벌 이슈로 급부상했습니다. 미국의 민주주의 상징인 '노 킹스' 시위와 겹치면서 신라 금관은 단순한 선물을 넘어 국제적 풍자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신라 금관, 왜 이렇게 핫했을까
신라 천마총 금관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대표단은 신라가 한반도 최초 통일 왕국이었으며, 금관이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권위를 상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특별하다"며 "백악관 뮤지엄 제일 앞줄에 전시하라"고 수행원에게 지시했을 정도로 만족했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황금 취향(Trump Tower, Oval Office 등 금색 인테리어)이 가득한 백악관에 또 다른 황금의 보석이 추가되는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이 터져나왔습니다. 지난 10월 18일부터 미국 50개 주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바로 그 배경입니다. 시위대는 트럼프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비판하며 "왕은 없다"는 슬로건을 외쳤습니다. 실제로 AP통신은 이 시위에 약 700만 명이 참여했다고 집계했습니다. 바로 이 시점에 왕권을 상징하는 금관이 선물되면서 상황이 폭발했습니다.
밈이 된 신라 금관
SNS에서는 순식간에 트럼프가 금관을 쓴 AI 합성 영상이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X(구 트위터),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금관을 쓴 트럼프가 멜라니아 여사와 춤을 추거나, 왕관을 손에 들고 자랑하는 등의 영상이 수천 개 퍼졌습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이를 주목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노 킹스' 시위가 한창인 2주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왕관을 받았다"며 "이는 우연의 일치일 수 없다"고 논평했습니다.
이전에는 유럽식 왕관 이미지가 주로 사용되었지만, 이제는 신라의 금관 이미지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를 비꼬는 상징적 소재로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금관은 단순한 선물을 넘어 미국 정치의 아이콘으로 변모했고, 글로벌 네티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한 바디랭귀지 전문가는 "트럼프가 금관을 받을 때 억눌린 즐거움과 흥분을 나타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신라 천마총 금관은 신라 22대 왕인 지증왕이 썼던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까지 전해지는 신라시대 금관 6개 중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높이는 약 32.5cm, 무게는 약 908g으로 황금의 화려함이 가득합니다. 선물된 금관은 경주민속공예촌의 장인 김진배 씨가 20일에 걸쳐 정교하게 제작한 특별 제작품입니다. 그는 부친을 이어 40년간 금속공예 외길을 걸어온 장인으로, 이번 선물로 역사의 현장에 참여하게 되어 큰 영광을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국제 언론의 주목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정과 화려한 왕관을 확보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기사에서는 신라가 금을 잘 사용하고 실크로드를 통한 활발한 무역으로 '황금의 나라'로 불렸다고 설명하면서, 역사적 맥락을 살렸습니다. 그러나 이내 "미국 전역에서 '노 킹스' 시위가 열린 지 2주 만에 왕관을 받았다"는 아이러니를 지적했고, 이 기사는 400개 이상의 댓글을 받으며 뜨거운 반응을 낳았습니다.
미국의 주류 언론뿐 아니라 국제 언론들도 이 사건을 광범위하게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수행원은 이 대통령에게 "신라는 한반도를 최초로 통일한 고대 왕국이며, 천마총 금관은 하늘의 권위와 지상의 통치를 연결하는 신성함을 상징한다"고 설명했고, 트럼프는 "정말 아름답고 특별하다"고 화답했습니다. 이는 외교적 수사였지만, 동시에 미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 속에서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되었습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궁화 대훈장도 함께 수여했습니다. 금 190돈(712.5g)과 은 110돈(412.5g)을 사용한 최고 훈장이었습니다. 대통령실은 신라의 평화 정신과 한미동맹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의미로 이 선물을 준비했다고 설명했으나, 결과적으로 미국 정치에서 뜻밖의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상징의 변화
이 사건은 문화 교류와 정치의 예기치 않은 교집합을 보여줍니다. 신라 금관이 원래 의도한 바는 한국 역사의 위대함과 한미동맹의 강력함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적 맥락에서는 권위와 왕권에 대한 비판의 도구로 변모했습니다. 이는 상징의 의미가 문화와 시대에 따라 얼마나 크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신라 금관 선물 이후 한미 관세 협상도 타결되었습니다. 제작자 김진배 장인은 "제가 만든 금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됐다니 큰 영광입니다. 한미 관세 협상도 타결되고 더 기분이 좋네요"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역사의 순간에 참여한 한 장인의 정성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국제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된 것입니다.
신라 금관은 1,400년의 역사를 품고 있었지만, 2025년 미국의 정치 현장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선물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 지구적 밈 문화의 주인공이 된 이 금관의 여정은, 문화와 정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에서 얼마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신라의 위대한 유산이 현대 미국의 정치적 담론 속에서 재해석되는 이 순간, 역사는 계속 써지고 있습니다.